봄을 상징하는 입춘은 24절기 중 첫째로 새로운 해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예부터 입춘절기가 되면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를 합니다.

아낙들은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남정네들은 겨우내 넣어둔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며 한 해 농사에 대비했습니다. 소를 보살피고, 재거름을 부지런히 재워두고, 뽕나무밭에는 오줌을 주고 겨우내 묵었던 뒷간을 퍼서 인분으로 두엄을 만들기도 하는 등 바야흐로 바빠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년 농사의 시작이 이제부터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날 내리는 비는 만물을 소생시킨다 하여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러나 '입춘한파'니, '입춘 추위 김장독 깬다'고 간혹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봄을 시샘하기도 합니다.

입춘첩(立春帖) 각 가정에서는 입춘 날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입춘첩(立春帖)을 대문기둥이나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 붙입니다. 여기에는 한 해의 무사태평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더불어 어둡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었음을 자축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춘축(春祝), 입춘축(立春祝)이라고도 하며, 각 가정에서 대문기둥이나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이는 것을 말합니다. 한편, 옛날 대궐에서는 설날에 내전 기둥과 난간에다 문신들이 지은 연상시 (延祥詩) 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였는데, 이것을 춘첩자(春帖子)라고 불렀습니다. 사대부집에서는 흔히 입춘첩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씁니다. 보리뿌리점 예전에 농가에서 이 날 보리 뿌리를 뽑아 보고 그 뿌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보리뿌리점(麥根占)을 쳤습니다. 여주인이 소복을 하고 땅의 신에게 삼배를 올리고 보리뿌리를 뽑아 세 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또 부녀자들은 오곡을 솥에 넣고 볶을 때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온 곡식이 그 해에 풍작을 이룬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아홉 차리 지방에 따라 입춘(立春)날이나 대보름 전 날에 베푸는 '아홉 차리'라는 민속이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근면하게 끈기 있게 살라는 교훈적인 세시민속입니다. 이날은 각자 소임에 따라 아홉번씩 부지런하게 일을 되풀이하면 한 해 동안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화를 받을 줄 알았습니다. 글방에 다니는 아이면 천자문을 아홉 번 읽고 나무꾼은 아홉 짐의 나무를 하며 노인이면 아홉 발의 새끼를 꼽니다. 계집아이들은 나물 아홉 바구니를, 아낙들은 빨래 아홉 가지를, 길쌈을 해도 아홉 바디를 삼고 실꾸리를 감더라도 아홉 꾸리를 감았습니다. 심지어는 밥을 먹어도 아홉번, 매를 맞더라도 아홉 번을 맞았습니다. 굳이 아홉 번이라 함은 많이 했다는 의미이며 우리 조상들의 숫자 개념상 최고의 양수(陽數) 이기 때문입니다.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 또 입춘 날이나 대보름날 전야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일을 꼭 해야 연중의 나쁜 일을 면한다는 적선공덕(積善功德:착한 일을 하여 덕을 쌓는 것)의 민속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건너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가파른 고갯길을 깎아 놓는다든지 다리 밑 동냥 움막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행려병자가 누워있는 곳에 약탕 끓여 몰래 놓고 온다든지…….

오신채 (五辛菜) 다섯 가지 매캐한 모듬나물입니다. 시대에 따라, 지방에 따라 오신채의 나물 종류는 달라지고 있으나 다음 여덟 가지 나물 가운데 노랗고 붉고 파랗고 검고 하얀, 각색 나는 다섯 가지를 골라 무쳤습니다. 종류로는 파, 마늘, 자총이, 달래, 평지, 부추, 무릇 그리고 미나리의 새로 돋아난 싹이나 새순 등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살아가는 데 다섯가지 괴로움이 따른다고 합니다. 다섯가지 맵고 쓰고 쏘는 이 오신채를 먹으면서 인생오고(人生五苦)를 참으라는 교훈도 담겨져 있습니다. 옛말에 오신채에 기생하는 벌레는 고통을 모른다는 말도 있듯이 고통에 저항력을 길러주는 역시 정신적 음식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탕평채 (湯平菜) 봄이 오는 소식이 들리면 아지랑이가 아른거리고 노곤함이 밀려오데 새콤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훨씬 상쾌해집니다. 탕평채는 이백여 년 전 조선의 영조(英祖) 대왕이 당파 싸움을 없애기 위하여 노론, 소론을 폐지하자는 탕평책을 논하였던 날 처음 선을 보여서 얻어질 이름이라고 옛 기록에 적혀 있습니다. 탕평채는 녹두묵을 젓가락 굵기로 썰어서 참기름, 소금으로 가볍게 버무려 담고 숙주, 짧게 자른 미나리, 물쑥 등은 데치고 다진 고기는 볶고, 김 부순 것, 달걀 황백 지단은 채 썰어 옆옆이 담아, 달고 새콤한 초장을 뿌려서 먹습니다. 묵무침은 봄에는 녹두묵, 가을에는 도토리묵, 겨울에는 메밀묵이 제격입니다 장 담그기 장을 담그는 시기는 입춘날 전에 아직 추위가 덜 풀린 이른 봄에 담가야 소금이 덜 들어 삼삼한 장맛을 낼 수 있습니다. 단오날을 넘기면 소금이 많이 들어 맛이 없고, 날이 따뜻하여 제대로 우러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메주는 늦가을 (음력10월)에 쑤어 겨우내 띄운 것이 맛있습니다. 장은 팔진미의 주인이라 했으니 장맛이 없으면 모든 음식이 제 맛을 못 내게 되는 것은 당연 합니다. 고기, 생선, 기타 해물을 섞어 특별한 장을 만들어 음식에 넣으면 조미료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습니다. 요즈음은 간단히 개량 메주로 편리하게 담가 쓰기도 합니다.   강정 견병(繭餠)이라고도 합니다. 설날, 보름날 일반 민가에서는 제사를 지내는데 강정을 최고로 삼았습니다. 약과 ?다식 등과 함께 잔칫상, 큰상, 제사상에 오르던 과자로, 찹쌀가루를 물 타지 않은 순수한 술로 반죽하여 일구어서 여러 모양으로 썰어 그늘에 말렸다가 기름에 누에고치 모양으로 둥글고 크게 튀겨 꿀과 고물을 묻혀서 만든 것입니다. 속이 비어 있고 감미와 연한 맛이 나는데, 고물의 재료나 모양에 따라 콩강정, 승검초강정, 깨강정, 송화강정, 송화강정, 계피 강정, 세반강정, 방울강정, 잣강정, 흑임자강정 등으로 구분됩니다.

목우놀이 함경도 지방에서 입춘이 되면 나무로 소를 만들어 관아로부터 일반 백성들이 사는 마을까지 끌고 나와서 돌아다니는 풍속입니다. 이는 옛날 중국에서 흙으로 소를 만들어 내보내던 풍속을 모방한 것이고, 농사를 장려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지닌 것입니다. 입춘굿놀이 입춘굿놀이는 탐라국 시대부터 1925년까지 지속되어 온 굿놀이 입니다. 이 놀이는 입춘날 제주목 관아에서 민관이 합동으로 벌이던 풍농굿이고 가면극이며, 걸궁입니다. 이 날은 전도에 흩어져 있는 심방들은 지금 제주시의 관덕정 앞에 모여, 제주목 성안의 민중들과 시골에서 구경나온 사람들이 함께 축제를 벌였습니다. 굿이 시작되면 목사 이하 관원들과 심방의 우두머리인 도황수가 나란히 앉아 대등하게 관람하였습니다. 입춘굿의 내용은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비는 모의적인 농경의례와 민관이 화합하여 하나되어 노는 탈노리마당, 관아를 돌며 문굿을 쳐주고 부정을 막는 문전고사(또는 문굿)와 마을의 걸궁패(또는 전도 심방으로 구성된 연물패)의 가장행렬 또는 길놀이로 이루어진 걸궁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진 대동놀이 한마당의 큰 잔치였다고 합니다.